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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강릉고총동문회 신년회 참관기

  • 작성자 이은혁
  • 등록일 2014.02.11
  • 조회수 4,013
  • 추천 502
4회 이광식 동문님의 2014년 강릉고총동문회 신년회 참관기입니다.



이 무슨 새삼스런 문화 충격이냐

하염없이 눈이 내렸다.
눈이 나흘째 끊임없이 내리는 중이었다. 지난 2011년 1월에 그러했듯 이 눈은 마침내 천재(天災)로 불릴 만한 불안스럽고 심각한 정황으로 가는 듯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눈밭을 헤치고 진군하여 어렵사리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거기가 어디인가? 바로 강릉고등학교 갑오년 신년 하례식이 열리는 곳이다. 매년 우리는 연초가 되면 서로 인사하여 복을 빌고 덕담을 나누며 한해를 맞이하여 가슴을 하나로 껴안는, 오래된, 그리하여 진부한, 그러므로 오히려 전통의 그 퀴퀴하고 시큼한 냄새가 정겨운, 그러므로 중단할 수 없고 참여하여 즐기지 않을 수 없는, 함께 하여 행복할 기대감에 젖는 신년 하례식이라는 것을 행해오지 않았던가.


그냥 그런, 조금도 변하지 않을 그야말로 연례행사일 따름이란 가벼운 생각을 품고 행사장에 들어가니, 대체로 늘 참여하던 그 인물들이, 하지만 수도권은 물론 멀리 대구에서도 달려온, 정다운 선배와 잘 생긴 후배들이, 보다 늙은 우리들로선 더욱 많은 사랑스런 후배들이 작지 않은 행사장에 가득 모여 있었다. 그들의 놀라운 모교 사랑이라니!


눈이 키만큼 높이 쌓여가는 정황에 도대체 모교 신년 하례식에 이렇게 입김을 뿜으며 기꺼이 그리고 즐거이 참여하는 사람이 어찌 정상이겠는가 싶기도 했다. 이 경우 물론 우리들 모두 늘 비정상이란 점을 전제해야 할 터이다.


눈인사를 비롯해 손을 맞잡고, 가슴을 껴안고, 웃으며 농담 짓거리를 하고, 저쪽의 보다 젊은 기수에서는 비명과 탄성과 개탄과 비난과 격동과 따뜻함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청춘은 역시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그러한 중에, 즉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멘트가 나오기도 전에 한 바탕, 한 순간에 공간의 휘저음이 있었으니, 갑자기 모든 조명이 꺼지고, 3면의 벽 위 대형 스크린에 오케스트라가 등장하고, 그들의 연주가 눈과 귀를 싸잡고 돌지 않는가. 우리들을 늘 지루하게 하던 클래식이었거니와 동시에 사람의 눈을 스스로 감게 만드는 온전한 침잠의 그 예민한 오디오 시스템.


그런데 웬걸, 그것이 놀랍게도 수준 높은 문화를 향수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우리들에게 한 방 시원하게 먹이는 호된 시청각의 어퍼컷일 줄이야. 정신 차렸을 때 우리는 그것이 리히르트 스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한 대목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어지는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주페의 ‘경기병 서곡’ 베르디의 ‘개선 행진곡’. ‘개선 행진곡’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우리들이 느닷없이 저 깊고 수준 높은 문화의 늪에 빠진 것을 깨달았다.


상상해 보라. 바로 코앞 대형 스크린에서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고, 홀을 장악한 음향이 쑤시고 들어와 사람의 귀를 온전히 가득 채우는 장면을. ‘통조림음악’이란 것이 있지 않더냐. 라이브 음악이 아닌 레코드음악을 폄하하기 위한 이 말. 그러나 연주 화면과 함께 레코드를 들으면 전혀 다른 감동인 인다는 것을 현대인들은 능히 느껴 가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한 고등학교 신년 하례식에서 진행된 퍼포먼스라는 점이다. 스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기 행진곡’이 빈 신년음악회 버전으로 전개될 때 우리는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감동을 먹었고, 따라서 연주가 끝나자마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우리를 또 다시 압도한 것은 마돈나의 ‘Like a virgin’, 셀린 디온이 부른 영화 ‘타이타닉’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 그리고 영화 ‘보디가드’의 주제곡 ‘I will always love you’를 휘트니 휴스턴이 불렀을 때다. 바로 앞에서 그녀의 숨소리를 듣는 우리는 서로 감동의 눈빛을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노래에 이어 8기 동문 박광남 시인이 들려준 맛 나는 색소폰 연주곡 ‘리멘시타’는 다른 노래들과 함께 박용언 총동문회 회장의 말 그대로 “입장료를 내지 않고 듣는” 가장 값 비싼 음악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날 진실로 우리들이 느낀 그 감동은 무엇이었더냐? 그건 퍼포먼스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런 방식의 행사를 하고자 했던 박용언 회장을 비롯한 강릉고등학교 총동창회 회장단의 생각의 참신함과 진정이었다. 아니,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그 감동은 강고인의 창조적 생각의 방향에서다.


기획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회장의 유머 넘친 진행도 그렇고, 그날의 모든 것은 매력적이고 창조적이라 하여 지나치지 않다. 그러므로 다른 학교 출신으로 그 자리에 참석한 권성동 국회의원은 박용언 회장을 “미래과학창조부의 장관으로 올려야 한다”는 조크를 주저 없이 던지지 않았더냐. 이것이야말로 진정 강릉고등학교다운 변화 변혁이다. 지금까지 그 어떤 고등학교의 신년 하례식이 이토록 예술적인 적이 있었느냐, 이렇게 수준 높은 것일 수 있었느냐, 하는 얘기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모든 진부한 하례식은 가라. 껍데기는 남고 진짜만 남으라 하듯이 논하노니, 고루한 연례행사는 가고 강고인이 보여준 바의 그것 그대로의 창조적 기획만 남으라. 어찌 하례식뿐이겠는가. 지금부터 강릉고등학교, 우리의 모교를 위한 모든 퍼포먼스, 그것이 기금을 모으는 것이든, 체육행사이든, 야구부 후원이든, 기숙사 운영이든, 모교 재학생을 위한 재능 기부자 모집이든 그리고 떠오르는 수많은 모교를 위한 행위에 우리는 창조적인 생각들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하염없이 눈은 내리고, 행사의 찰나적 영상은 시간 속에 묻혀가지만, 2014년 2월 9일에 열린 ‘2014년도 강릉고등학교 총동문회 신년회 및 정기총회’는 하나의 전범을 보이면서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온전히 그 에너지를 발휘할 것이라 믿는다.


한 마디로 그것은 느닷없고 새삼스러운 문화의 충격이었다. 참석하지 못한 동문들의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내년을 기약하며, 향후 다른 모든 강고인들의 창조적인 활동을 기대해 보자.


박용언 회장을 비롯하여 이태석 사무총장 등 회장단 여러분의 노고를 진정 칭송 치하하는도다.
이 시간 여전히 눈은 내리고….


이광식(4기, 소설가, 관동문학회 회장, 강원도민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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